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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진천에 살아? 진천에서 살아?

친구가 말했다. “진천은 말이야 생거진천이라고 하지. 살기 좋은 곳이라는 뜻여. 그런데 나는 ‘진천에 산다’고 하는데, 서울에 사는 친구는 ‘서울에서 산다’고도 자주 그러데. 서울 사람들은 ‘서울에서 산다’고 그러는 겨? 서울하고 말이 달라서 그런 겨, 아니면 둘 중 누가 틀린 겨?”   나는 “둘 다 맞는 겨”라고 했다. ‘살다’는 말 앞에는 그 장소 뒤에 ‘에’도, ‘에서’도 붙는다. ‘진천에 산다’고도, ‘진천에서 산다’고도 할 수 있다. 둘 다 자연스럽게 오간다. 다만 이때 어감은 조금 다르다. ‘진천에 산다’고 하면 단순히 거주하거나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전달된다. 정적이어서 ‘움직임’이 잘 안 느껴진다. 그렇지만 ‘진천에서 산다’고 말하면 ‘움직임’ 같은 게 다가온다.   존재 여부를 나타내는 말 ‘있다’와 ‘없다’가 쓰인 문장에서는 ‘에’가 자연스럽고, ‘에서’는 아주 부자연스럽다. 누구나 ‘공원에 사람이 있다’고 말한다. ‘공원에서 사람이 있다’고 하면 어색해한다. ‘공원에서’ 뒤에 어떤 동작이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원에서 사람이 없다’고도 하지 않는다. ‘없다’에도 움직임이 없어서 망설임 없이 ‘공원에’를 선택하게 된다. ‘산책한다’는 움직임이 뚜렷한 말이다. 그래서 ‘공원에서 산책한다’고 한다.  이렇듯 ‘에서’는 움직임이 분명한 말, ‘에’는 그렇지 않은 말과 잘 어울린다.우리말 바루기 진천 서울 사람들 존재 여부 이때 어감

2024-06-26

[글마당] 서울보다 더 멋진 부산

해운대 갤러리가 많은 달맞이 길의 가파른 언덕을 올라 해변 풍경을 감상하고 내려와 모래사장에 앉았다. 물색이 카리브해만큼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부산 사람들이 서울 사람들보다 옷을 심플하고 세련되게 입는다는 인상을 받았다. 저녁에는 센텀 신세계 백화점에 갔다. 맨해튼 5번가에 있는 유명브랜드 스토어를 옮겨 놓은 듯 뉴욕에 있다고 잠깐 착각했다. 일 층에 찜질방이 있다. 시설이 어마어마해서 그야말로 신세계에 들어선 느낌이었다. 외국인에게는 한 사람당 달걀 세 개를 무료로 주는 쿠폰을 받았다. 아이들은 먹고 싶지 않다고 해서 내 것만 받아먹다가 체한 듯 목이 메었다. ‘달걀을 한 사람당 무료로 3개씩 먹여 놓고 음료수를 팔려는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음료수 가격이 비싸다.     부산에서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 갔다. 제주도 음식이 그다지 입에 맞지 않았다. 가격도 터무니없이 비싸다. 그나마 아이가 운 좋게 저렴한 가격으로 예약했다는데 그랜드 하얏트 호텔의 방 크기와 시설은 꽤 좋았다. 호캉스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를 알 것 같다. 호텔 밖에 나갈 필요 없이 모든 시설이 최고다. 야밤에 밖은 추운데 야외 온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있자니 ‘돈이 좋긴 좋구나. 그래서 사찰도 찜질방도 돈을 벌려고 야단법석이구나.’ 나도 돈을 더 벌어야 하는 게 아닐까?     렌터카로 한라산 언저리와 바닷가 서너 곳을 드라이브했다. 파킹 자리가 너무 좁다. 차 옆면에 콕콕 찍은 것이 눈에 띄어서 차를 돌려줄 때 문제가 생길 것을 염려했다. 롯데 렌터카에 도착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젊은 남자가 쓱 둘러보더니 끝났다며 잘 가라고 했다. 일 처리를 빨리하는 놀라움에 감탄사가 나왔다. 8분마다 있는 공항으로 가는 무료 버스 서비스도 받았다.     한국에서는 일단 식당에 들어가면 그림이 있는 컴퓨터 화면으로 큰아이가 주문한다. 작은아이는 수저와 냅킨을 테이블에 붙은 서랍에서 꺼내 놓는다. 식당에 비치해 놓은 각자 가져다 먹을 수 있는 기본 반찬은 깍두기를 많이 먹는 남편이 가져온다. 나도 가만히 있지는 않는다. 고집 센 남편의 기를 꺾지는 못하지만, 아이들과 남편 사이의 발란스를 유지하기 위해 추임새를 넣는다. 주문이 들어가면 벌겋게 달궈진 숯이 나온다. 숯에 구워 먹는 고기 맛이 일품이라며 아이들이 즐겼다. 내가 장단을 맞춘 덕에 해물을 좋아하는 남편도 아이들에게 고기를 먹자고 양보하고 아이들도 아빠가 좋아하는 생선과 해물을 먹자고 양보했다. 나는 김밥과 오뎅이 먹고 싶은데 남편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기회만 보고 참다가 결국, 떡볶이와 순대는 먹지 못하고 돌아왔다.     아무 식당이나 들어가도 음식이 다 맛있다. 친절하다. 빠르다. 빵도 맛있고 커피는 진하다. 모든 시스템이 빨라서 “아니 벌써”를 연발하며 돌아다녔다.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서 매일 같은 일상을 반복하며 조용히 살던 나에게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왜 친구들이 한국을 자주 방문하는지 알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아시아나 비행기를 탈 때부터 빠른 친절함은 시작한 것 같다. 비행기에서 서울 갈 때는 비빔밥을 먹었다. 뉴욕으로 돌아올 때는 쌈밥을 먹었다. 쌈밥이라는 한국말이 뭔지 몰라서 먹지 못한 큰아이는 지금까지 아쉬워한다. 이수임 / 화가·맨해튼글마당 서울 부산 서울 사람들 부산 사람들 사람당 무료

2024-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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